환경부가 풍력발전소나 송풍기, 산업기계 등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 관리 지침을 신설했다. 풍력발전사업자는 환경부의 기존 육상풍력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더라도 새로운 저주파 소음 관리 지침에 따라 '이중규제'를 받는다.

경주 풍력 발전소
경주 풍력 발전소

환경부는 발전기 등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을 관리하기 위해 '저주파 소음을 관리하기 위한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31일 밝혔다.

저주파 소음은 음파의 주파수 영역이 100㎐ 이하인 소음이다. 귀에 민감한 중·고주파 소음은 아니지만 '웅웅'하는 소리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그동안 소음 대책은 중·고주파 대역에 초점을 맞춰 관리됐지만, 환경부는 산업기계나 풍력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대역의 소음도 관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지침을 마련했다. 환경부는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일본 등 국가들도 저주파 소음 관리 지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침 적용 대상은 저주파 소음을 지속 발생시키는 공장, 사업장 송풍기·공조기·발전기·변전기, 풍력발전소 등이다. 12.5㎐에서 80㎐까지 주파수별 음압레벨(데시벨) 기준값으로 하나라도 초과하면 저주파 소음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저주파 소음 민원이 접수되면 소음 발생 사업장에서 측정을 실시하고 소음원별, 전파경로별 저감대책 마련을 권고할 수 있다.

풍력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 육상풍력 가이드라인에 소음 관리 규정이 있는데, 새롭게 저주파 소음 관리 지침이 생기면서 '이중규제'를 받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저주파 소음 관리 지침은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규제'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중앙정부의 권고사항은 사업자에게는 규제와 동일하다.

기존 풍력발전소에도 모두 적용되기 때문에, 저주파 소음 피해를 주장하며 인근 주민과 마을에서 일제히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신규 풍력발전소 개발 제약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육상풍력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건설한 발전소도 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저주파 소음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관계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나 풍력산업협회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의가 없었던 것도 문제다.

환경부는 산업계 미칠 후속영향에 대한 고민 없이 일방적으로 지침을 마련했다.

저주파 소음은 풍력터빈 종류(사양·업체 등), 측정 장비와 방식 등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 환경부는 어떤 단지·지형·터빈·측정방식으로 실측해 기준을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환경부와 저주파 소음 관련해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산업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저주파 소음 관리지침 마련에 앞서 검토 의견을 받기 위해 10일 동안 내용을 공유했지만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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