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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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관련 핵심이슈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 여부다. 경부하 요금은 산업용과 일반용, 교육용 등 가정용 전기 이외에 다른 용도에 적용되는 시간대별 요금체계다. 시간대별로 전력사용량이 많은 낮에는 높은 요금을, 밤에는 저렴한 요금을 적용한다.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 문제가 본격 제기된 것은 2016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이 시작되면서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는 주택용 누진제 수익이 산업용 요금 적자를 메꾸는 구조라며 경부하 요금 인상을 주장했다. 정부는 누진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산업용 경부하 요금 개편 검토를 시사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최근 다시 경부하 요금을 겨냥한 것은 과거와 달리 심야시간 전력사용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항시 가동되는 원전과 석탄화력 전력이 남을 정도로 심야 전력사용량이 적었다. 이때 남는 전력을 활용해서 양수발전 상류저수지에 물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지금은 밤에도 LNG복합발전이 가동한다. 제철, 석유화학 등 24시간 가동하는 제조업 시설 전기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빌딩, 상가 등 24시간 붉을 밝히는 공간도 많아졌다. 전력사용량이 낮다는 '경부하' 의미가 사라진 셈이다.

열을 전기로 사용하는 에너지 낭비와 심야전력에 집중되는 제조업 수요를 줄이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가격 신호다. 제철에서 전기로를 사용하고 겨울철 난방제품에 전열기가 늘어났던 이유도, 1차 에너지인 석유·가스 대비 전기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선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이다.

당장 경부하 요금을 올려도 큰 폭이 아니면 심야 전력사용량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미 사업자는 24시간 가동을 위한 전기설비에 투자를 끝낸 상황이다. 요금 인상은 부담스럽지만 설비를 갈아치우고 공정을 전환하기는 어렵다.

빌딩과 상가도 마찬가지다. 경부하 요금이 올라도 심야영업을 하는 것이 낫다. 심야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경부하 요금을 올린다는 명분은 통하지 않는다.

가격 신호로 시장 수요를 조절하려 했으면 국가 경제성장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함께 했어야 한다. 이미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뒤늦게 가격신호를 보내는 시도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16일 연내 경부하 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얘기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처럼 국가경제 우려가 높고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갈등으로 산업계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카드를 꺼내기는 힘들다.

전기요금 인상이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발전부문 인상 요인이라도 줄여야 한다. 연료비는 불가항력적이지만, 매년 상승하는 지역자원시설세와 각종 규제비용 등은 제고할 수 있다. 경제상황에 따라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 정책 속도조절을 하는 운용의 묘도 필요하다.

ICT 융합으로 실시간 수준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방안도 구상해야 한다. 임의 시간에 따른 부하요금이 아닌 실제 시간별 부하에 따른 요금책정 시스템을 갖추는 요금제도상 혁신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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