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자력·방사선 산업계에 융합 시대가 열린다. 기존 원자력발전소를 넘어 핵융합과 방사선 바이오·의료 등 새로운 분야 성장 동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자력 분야 창조적 파괴와 뉴비즈니스 등장이 기대된다.

'2018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NURE 2018)'가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원자력·방사선 산업과 연구개발(R&D) 역량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새로운 시장과 융합' 키워드가 NURE 2018을 관통했다. 행사에 참석한 원자력·방사선 원로와 전문가들은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 다른 분야와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명 전 부총리는 “지난 1년 동안 원자력과 방사선 업계는 탈원전이라는 슬픈 소식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1호기 완공 등 좋은 소식을 함께 들었다”면서 “NURE 2018이 미래 원자력 산업 위상과 안전 강화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이 새로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해서 융합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에너지 전환에 대해 단순한 전원믹스 전환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라고 정의했다. 원자력·방사선 분야 창조적 파괴와 새로운 비전 제시를 요구했다. 이 차관은 “라돈 침대에서 보듯 원자력과 안전은 숙명”이라면서 “국민 요구에 따른 에너지 전환에서 원자력계가 새로운 도전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 차원 적극 지원도 약속했다. 지난 21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보고된 후속 대책을 통해 산업계 원전 수출, 안전 강화, 융합형 신산업 개척 노력을 지원한다.

이 차관은 “비파괴검사, 핵융합, 방사선의약품, 사용후핵연료 등 원전 이외에도 많은 산업이 있다”면서 “원전과 신재생을 융합하는 새로운 시스템도 고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NURE 2018 조직위원회 회장을 맡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원자력·방사선 분야 기저 산업으로 시각을 넓혀서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 사장은 “미국에서 부가 가치가 가장 높은 것은 원전이 아닌 바이오·의료 등 방사선 분야”라면서 “방사선으로 말기암을 치료하는 날을 기대하며 관련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우려가 되고 있는 후학 양성 노력도 강조했다. 정 사장은 “원자력·방사선 R&D에 젊은이가 많아야 한다”면서 “해당 분야에서 후학이 더 활발하게 참여,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대학 내 원자력 전공 기피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KAIST에 따르면 올 2학기에 학과를 고르는 2학년 진학 예정자 94명 가운데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선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말 지원자는 725명 가운데 5명이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2012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도 전공 선택자가 9명이었다”면서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관련 학문과 산업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공동취재 김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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