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천당에 있다가 지옥으로 떨어진 분야를 꼽으라면 '원전'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원전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다. 에너지는 산업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다. 값싸고 질 좋은 에너지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과 핵심 산업이 있다 해도 그림의 떡이다. 경제 성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가 일찌감치 원전 투자에 나선 배경이다. 이번 정부에서 위험 잠재성 때문에 투자에 소극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원전은 우리가 함께 가야 할 필수 에너지원이다.

정부 '원전 홀대'에도 국내 원전 산업은 이미 세계 경쟁력을 갖췄다.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14~2016년 국내 원전 비계획 발전 손실률은 1.0%로 세계 평균 3.4% 대비 3분의 1수준이다. 불가피한 이유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이 그만큼 낮다는 것이다. 발전기 전기출력 당 건설비도 2021달러로 경쟁국에 비해 싸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성공 구축한 '바라카 원전 1호기'가 이를 입증했다. 사우디를 포함해 동남아 등지 국가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배경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내 원전 경쟁력을 한눈에 보여 주는 자리는 많지 않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오던 행사도 정부 기조와 맞물려 자취를 감췄다.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된 '2018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의미가 남다른 배경이다. 29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열리는 엑스포는 벌써 8회째를 맞았다. '미래 에너지 원자력, 안전하게, 세계로'라는 슬로건으로 원자력과 방사선 산업 발전 및 신뢰를 높이기 위한 신기술, 비전을 체험하는 형태로 꾸며졌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업체 활약상과 미래 에너지로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도 보여 준다.

원전은 경제 성장을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탈 원전'으로 원전 산업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자부심을 지녀야 한다. 자부심은 보고 확인해야 한다. 원자력 엑스포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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