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력산업 역사상 가장 큰 홍역을 치른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지난해 10월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재개를 결정한 지 약 8개월이 지난 지금은 언제 시련이 있었냐는 듯 건물이 차곡차곡 올라가고 있었다. 수많은 크레인이 자리 잡고 부지 한쪽에는 전망대도 마련되는 등 건설 현장에 활기가 돌았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현장에서 거대한 원통 형태 라이너 플레이트가 조립 중이다.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 5, 6호기 건설현장에서 거대한 원통 형태 라이너 플레이트가 조립 중이다.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지난해 6월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 일환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공론화 구상을 밝혔을 당시 현장에는 5호기 콘크리트 기초공사 마무리 단계였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높게 솟아오른 라이너 플레이트 구조물이다.

라이너 플레이트는 원전 콘크리트 돔 구조물 내벽을 두르는 6mm 두께 철판이다. 전체 17단 중 9단이 올라가 있었다. 바로 옆에선 또 다른 라이너 플레이트가 한창 조립 중이다. 내년 상반기 경에는 최상부 돔 구조물 형태도 갖춘다.

가장 최근에 지어지는 원전인 만큼 안전 대책도 크게 개선됐다. 해일 침수에 대비한 밀폐형 방수문을 기본 설치하고, 비상발전기 외에 대체교류발전기를 호기당 1대씩 분리 건물에 둔다. 축전지 용량도 기존 8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리고 수소제거기 40대를 분산배치한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진척률은 34% 수준이다. 5호기는 2022년 3월,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6호기는 2023년 3월에 준공 예정이다. 수출형 원전 APR 1400이 가장 개선된 건설사례지만, 이를 마지막으로 국내 원전 신규건설은 더 이상 없다. 국내 원전업계는 예비사업자 후보 선정을 기다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사업에 APR 1400 차기 프로젝트의 희망을 걸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수출형 원전 APR 1400 명맥을 유지하고 후속 모델인 APR+의 시장개척 방안으로 동유럽·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주목했다. 사우디 원전까지는 한국전력과 협력해 '팀 코리아'를 구성, 해외 시장을 연다. 체코 원전 등 이후 프로젝트는 독자적인 수출전략을 구사한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핵심 공략지는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필리핀이다. 최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필리핀 에너지부 장관과 만나 신규 원전 프로젝트 추진 계획의 확답을 받기도 했다. 신규원전 내수시장은 없지만, 한수원이 지금까지 쌓아온 원전 건설·운영 경쟁력이면 추가 수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수출 분야도 건설, 운영에서 서비스·소프트웨어로 확대한다. 원전 건설·운영 컨설팅과 절차, 설비 표준 등 세계 원전시장에서 서비스 부문 신규 수익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정 사장은 “한수원은 독자적인 수출역량과 금융조달 능력을 가지고 있고, 체코 원전 이후에는 원전 수출 사업에서 앞서 뛰어다닐 것”이라며 “한수원이 해외 원전수출 지도를 어떻게 그리는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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