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은 원전과 암 유발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한 새로운 역학 조사가 시작된다. 지난 2011년에 종료된 역학 조사와 2015년에 발표된 후속 연구 이후 원자력계와 환경단체 간 대립 및 논란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3년 만에 다시 역학 조사에 나섰다. 원자력계에서는 탈(脫)원전 정책 기조에 따른 맞춤형 조사가 진행돼선 안 된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신월성 원전 1,2호기
신월성 원전 1,2호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2일 제79차 회의를 열고 '방사선 건강 영향평가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영향평가는 원전 운영과 방사선 이용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다. 원전 주변 지역 거주와 암 발병률 간 상관 관계 등 건강 영향 조사가 핵심이다.

원안위는 2019년까지 2년 동안 영향평가 이행 체계를 마련한 후 2020년부터 5년 단위로 원전 주변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한다. 과거 역학 조사에서 제외된 기존의 암 환자와 소아·청소년 등 민감 연령층도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사는 원전 지역별로 특성이 동일한 인구 집단 구축 후 원전 거리, 기상 조건, 주거 형태 등을 고려해 방사선 노출 정도를 평가하고 개인별 특성을 반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를 구축, 조사 신뢰성을 높일 예정이다.

재역학 조사는 기존의 두 차례 조사가 서로 다른 결과를 도출, 사회 논란을 지속시킨 데 따라 실시되는 것이다. 1991~2011년 20년 동안 진행된 '원전 종사자 및 주변 지역 역학 연구'(서울대 안윤옥)는 원전 방사선과 주변 주민들의 암 발병 위험도 간 연관성을 시사하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2013~2015년에 진행한 후속 연구(서울대 백도명)는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단정할 수 없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원안위는 상반기까지 공청회와 설명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 세부 계획을 수립한다. 연말까지 관련 법령 개정, 예산 확보, 조사기관 지정 등을 완료할 예정이다. 2019년 조사 방법 설계를 거쳐 2020년부터 본격 조사하고, 암 등 질환 발생에 장기간 잠복기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5년 단위로 추적 조사를 실시한다.

원자력계는 이번 역학 조사의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정책 방향이 결과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원전 감축 정책이 역학 조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정부 의도 여부를 떠나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번 역학 조사를 보는 원자력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고 말했다.

역학 조사 결과를 친원전과 반핵 양 진영에서 수용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원전뿐만 아니라 전자파와 암 유발 관련 논쟁에서도 같은 조사 결과와 보고서를 두고 다른 주장이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학 조사도 이 같은 논쟁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원안위는 방사선에 직접 노출되는 방사선 작업 종사자에 대해서도 조사 기반을 구축, 다음 달부터 시작해 5년 주기로 지속 관찰할 예정이다. 과거 퇴직자와 방사선 노출이 많은 직업(항공승무원 등)도 조사하는 등 점차 조사 대상을 확대한다. 건강영향평가의 일환으로 전국 방사선 노출 현황 조사도 실시한다.

환경방사선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지역별 평균 환경방사선량과 평균 건강 정보를 비교하는 등 원전 주변 주민들의 건강영향평가에 활용할 예정이다. 전국 방사선 노출 현황 조사는 환경방사선 통합 DB 구축에 걸리는 시간을 포함해 다음 달부터 2022년까지 실시하고, 이후에는 2년 주기로 실시한다.

강정민 원안위 위원장은 “방사선 건강영향평가를 위해 원전 주변 주민과 방사선 작업 종사자들의 적극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건강영향평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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