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3일 충북 진천 산수산업단지에 위치한 한화큐셀 태양광 공장을 찾았다. 축구장 5개를 일렬로 붙인 크기와 비슷한 공장 건물 상단에 '태양광 에너지 세계 1위 한화큐셀'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업어드리고 싶다”고 해 유명세를 탄 곳이다.

한화큐셀 진천공장 태양전지 생산라인. [자료:한화큐셀]
한화큐셀 진천공장 태양전지 생산라인. [자료:한화큐셀]

공장은 19만㎡ 부지에 두 개 동으로 구성됐다. 연간 3.7GW, 하루 220만장에 달하는 태양전지를 쉴 새 없이 생산한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태양전지는 220만장. 글로벌 태양광시장 상위 10개 업체 중 9곳을 보유한 중국도 넘볼 수 없는 규모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니 자동화된 7개 생산라인에서 태양전지 생산이 한창이다. 생산라인은 1년에 364일 24시간 돌아간다. 정비를 위한 하루를 제외하고는 1년 내내 태양전지를 생산한다.

공장은 태양전지 재료인 웨이퍼 입고부터 출하까지 전 공정이 자동화 됐다. 사람이 일하는 것은 공정 마지막 패키징 작업뿐이다. 중간 중간 엔지니어가 위치해 생산라인에 이상이 없는지 살핀다.

진천공장은 스마트팩토리 핵심 기술을 태양전지 생산 품질관리에 적용했다. 레이저로 태양전지 앞면에 식별마크 '트라큐(TRA.Q)'를 부착해 추적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모든 태양전지에는 웨이퍼 단계에서 고유 트라큐 코드가 붙는다. 이를 통해 각 태양전지를 추적한다.

한화큐셀 진천공장 태양전지 생산라인에서 로봇팔이 작업하는 모습. [자료:한화큐셀]
한화큐셀 진천공장 태양전지 생산라인에서 로봇팔이 작업하는 모습. [자료:한화큐셀]

박인규 한화큐셀코리아 과장은 “태양전지 생산 여건을 실시간(10분 단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폐기율이 높아진 장비는 엔지니어가 즉각 투입해 생산성을 되살린다”고 설명했다.

트라큐 코드에는 생산 위치와 날짜 정보가 포함돼 각 태양전지의 특정 생산 환경을 추적할 수 있다. 시리얼 넘버, 생산일과 위치, 태양전지 제조 시 사용한 자재도 알 수 있다. 한화큐셀은 트라큐 시스템으로 공정을 최적화했다.

연간 수십억장에 달하는 태양전지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장애 발생 시 문제점을 즉시 발견·개선했다. 제품개발 공정에 접목시켜 차후에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조치도 시행했다.

박 과장은 “트라큐를 적용하면 태양전지 생산시점, 생산라인 등 상세 조건으로 태양전지 생산과정에 따른 발전 효율을 그래프처럼 추출해 낼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해 각 조건에 따른 제품 품질을 구분해 최적화된 생산공정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한화큐셀 태양전지에 부착된 트라큐.[자료:한화큐셀]
한화큐셀 태양전지에 부착된 트라큐.[자료:한화큐셀]

진천공장의 또 다른 특징은 7개 생산라인이 서로 독립된 구조가 아니라 일부 생산 공정이 교차된다는 점이다. 가령 3번 라인 공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면 후속 웨이퍼가 자동으로 4번이나 5번 라인으로 찾아들어가 대기 시간 없이 태양전지를 생산한다. 공장 전체의 생산관리를 담당하는 인공지능(AI)이 단 1초도 생산라인이 쉬지 않도록 컨트롤 한다.

태양전지 완성단계에 가까운 공정에서는 각각의 태양전지 발전효율이 표기됐다. 연속해서 지나가는 태양전지 발전효율을 보니 19.8%, 20.4%, 19.9%, 20.2% 등으로 변화한다. 같은 웨이퍼를 가지고 동일한 공정을 거치더라도 태양전지마다 조금씩 다른 발전효율을 낸다.

한화큐셀의 태양전지는 2011년 19.5%로 세계 기록을 냈다. 현재 생산되는 제품은 세계 기록을 0.3~0.9% 넘어서는 효율을 보인다. 박 과장은 “트라큐를 통한 품질관리와 공정개선 작업을 끊임없이 시행하기 때문에 태양전지가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을 나서는데 정장 차림의 청년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최근 일자리 나눔 형태로 500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한데 따른 면접자였다. 진천공장은 올해 초 1500명이었던 근로자가 현재 1600명까지 늘었다. 4월까지는 목표했던 2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화큐셀 진천공장 태양전지 생산라인. [자료:한화큐셀]
한화큐셀 진천공장 태양전지 생산라인. [자료:한화큐셀]

활기찬 공장 모습과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미국 태양광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라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고효율,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하는 진천공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수출길이 막히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우리나라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국의 내수시장은 지난해 설치량 기준으로 45GW다. 중국 기업이 생산하는 태양광 제품을 자국 시장에서 거의 소화할 정도다. 우리나라 지난해 신규 태양광 설치량은 1.2GW에 불과하다. 국내 생산량 8GW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꺼내들며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태양광 세이프가드가 적용되는 4년 동안 국내 태양광업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내수시장을 조속히 확대하는 것이 절실하다.

수출확대를 위한 생산시설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은 태양광업체에 소득세 감면 등 각종 세제해택을 제공한다. 생산설비 구매 보조금을 포함해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펼친다. 상대적으로 지원정책이 부실한 국내 기업은 중국기업과의 경쟁이 버겁다.

조현수 한화큐셀코리아 대표는 “국내 태양광 업계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내수시장 확대 뿐 아니라 수출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greendaily.co.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