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기록적인 한파에 국가 전력사용량이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절전'으로 발전소 역할을 수행하는 수요자원시장도 개설 이후 가장 많은 운영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잦은 수요자원시장 가동을 놓고 공장 설비를 멈춰야 하는 부담을 키웠다는 논란이 한창이다. 수요자원시장의 배경과 전력시장에서의 역할·과제 등을 2회에 걸쳐 알아본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말까지 수요자원시장은 총 8일 운영됐다. 해당 기간 감축한 전력량은 1만4943㎿h다. 2014년 12월 시장 개설 이후 동하절기 역대 가장 많은 전력감축 성과를 거뒀다.

전자신문DB.
전자신문DB.

수요자원시장은 과거 공기업 위주였던 부하관리제도를 민간 주도 시장시스템에 적용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전력수급 비상시에만 가동하던 수급조절을 정량화하면 평시에도 가상발전소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수급비상 대응과 함께 전력시장 가격안정화, 대규모 발전설비 건설을 줄이는 경제적 편익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동하절기 전력피크가 높은 나라에 유용하다. 특정 기간에 대응하기 위해 수조원을 들여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보다 수요자원시장으로 전력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이득이다.

2014년 시장 개설 당시 수요자원용량은 1.5GW 수준이었다. 그동안 참여자가 꾸준히 늘어 4.3GW에 달하는 절전자원이 모였다. 원전 약 4기에 달하는 용량을 참여자의 '절전 약속'으로 확보했다. 8조원 가량의 건설비 절약효과를 거뒀다. 이들 수요자원은 지난 3년간 764GWh 전력을 줄였다. 제주도가 2개월 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수요관리사업자는 시장 참여자의 절전 자원을 모아 관리하고 전력시장에서 거래한다. 발전사가 한국전력에 전력을 파는 것과 같은 구조다. 그동안 764GWh 감축전력에 대한 정산금은 4296억원. 과거에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지급했지만, 지금은 시장거래를 통해 한전이 대금을 지불한다.

전력수요에 따라 발전기를 가동하면 그만큼 더 비싼 발전기 시장에 들어오면서 전체 전력시장 가격이 상승한다. 수요자원이 활용되면 시장가격은 낮아진다. 한전 입장에선 보다 저렴하게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

수요자원시장은 최근 도마에 올랐다. 산업계 공장시설을 강제로 멈춰 전력수급을 조절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과거보다 시장 개설 횟수가 많아지면서 생긴 '성장통'이다.

수요자원시장 참여 기업은 사전에 수요관리사업자와 감축 계약을 맺고, 그만큼의 이익을 얻는다. 시장이 가동되면 전력사용이 제한되지만 절전량과 비례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별도 설비투자 없이 가상발전소를 보유하는 셈이다.

제도는 꾸준히 개선됐다. 중소규모 사업자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중소형 수요관리(DR) 상품이 신설됐다. 수요감축 지속시간은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었다.

개선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종전에는 수요자원시장 실제 운영사례가 많지 않았다. 참여기업 상당수가 수요감축 요청을 특별한 상황으로 인식했다. 산업계에서 올 겨울 한파로 인한 수요감축 요청을 두고, 정부가 발전소를 돌리지 않고 공장을 멈추게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 초기 수요관리사업자가 실제 감축 요청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고객(참여기업)을 유치한 것도 문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이례적인 한파로 올 겨울 과거보다 많은 수요감축 요청이 있었다”며 “수요감축 요청 사전예고제 등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참여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수요자원시장 안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자원거래시장 운영실적>

(경제성DR과 신뢰성DR 중복시간 감축량 제외, 산정기간 2014.11 ~ 2017.10)

자료:전력거래소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