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스틱을 이용한 작업 모습
스마트스틱을 이용한 작업 모습

전기 공사 시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도입하기로 한 스마트스틱을 두고 한국전력공사와 전기 공사 업계 간 갈등이 불거졌다. 공사업계는 작업자가 장비 사용을 어려워하고 관련 품셈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이 일방으로 스마트스틱 공법 적용을 강행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작업 안전을 위한 공감대에 따라 도입을 결정했고, 개발 초기부터 공사업계와 협의했다는 입장이다.

한국전기공사협회는 새해 도입 예정인 스마트스틱 공법에 대한 회원사 불만이 많아 한전에 공법 시행 유예를 지속 요청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협회는 10월부터 이달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시행 연기를 요청했다.

스마트스틱은 전력선 유지 보수 시 간접활선 공법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다. 한전은 새해 1월 1일부터 스마트스틱 공법을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이달 28일 전국에서 장비 실사를 실시한다.

한전은 무정전 상황에서 전력선 공사를 시행하는 직접활선 공법에서 안전사고 문제가 제기되자 예방 차원에서 지난해 6월 간접활성 공법을 도입했다. 같은 해 9월 고압 협력 회사를 대상으로 스마트스틱을 필수 장비로 지정했다. 새해부터는 전 협력 회사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문제는 스마트스틱을 실제 사용자가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전압이 높은 우리나라 환경에 맞추기 위해 도구 길이만 늘린 탓이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흔들림 현상에 따른 작업 지연과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제기됐다.

협회는 장비 적용에 앞서 현장 적합성부터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작이 미숙해 기존 공법 대비 시간이 4배 이상 소요되고, 품셈도 정리되지 않은 만큼 대책 마련 후 시행을 요구했다.

스마트스틱 구매 불만도 제기했다. 일본 제품을 국내 업체가 수입 판매하는 가격이 총 세트 기준 2400만원이다. 해당 제품의 현지 가격 정보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전기 공사업계가 구매를 꺼리는 이유다.

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많은 작업자가 스마트스틱 사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문제점도 드러났다”면서 “한전이 새로운 장비 구입의 어려움과 추가 품셈 등도 고민하지 않고 시행만 앞당기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스마트스틱 사용이 익숙하지 않더라도 안전 차원에서 간접활선 공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입 과정에서 전기 공사업계와 협의했고, 전체 협력사 도입 방침도 7월에 미리 알렸다고 설명했다. 갈등이 '갑의 횡포'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한전은 일방 시행이라는 협회의 주장도 부인했다. 그동안 스마트스틱의 현장 적용 가능성과 품셈과 관련해 협회와 협의했다고 반론했다. 간접활선 공법 도입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의하다가 시행을 앞두고 반대하는 협회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한전 관계자는 “모든 전기 공사 작업에 스마트스틱 사용을 규정하지 않고, 회사별로 한 세트 정도만 구매하도록 공사 일정 등도 조정할 것”이라면서 “공사 업계와 추가 협의하는 한편 스마트스틱이 단계별로 도입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활선공법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전력선을 유지 보수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전력선 공사는 작업을 위해 정전을 해야 했지만 정전에 따른 고객 불만과 이차 피해 등이 우려되면서 1980년에 도입됐다.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작업자는 위험에 노출된다. 전선에 작업자 신체를 직접 접촉시키는지, 기구를 통해 간접 접촉시키는지에 따라 '직접활선 공법'과 '간접활선 공법'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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