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대응이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맞춰 세계 각 국이 에너지 전환 노력을 기울인다. 과거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은 제철과 자동차 같은 전통 제조업이었다. 향후 전력이 가장 많이 사용될 것으로 꼽히는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의 혈관 역할을 할 ICT를 운용하려면 처리되는 정보 양만큼 에너지 사용량도 늘어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에너지 수급 안정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국내 에너지공기업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에너지 전환 전략을 살펴본다.

◇ICT기업의 재생에너지 출사표

미국 시스코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기업의 전산 데이터 처리량은 2015년의 2.4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개인용 데이터는 3.5배, 데이터 트래픽은 5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 30%에 달한다.

ICT 산업에 많은 전력이 필요한 이유는 급증하는 정보를 처리할 '데이터센터'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문학 단위의 트윗과 페이스북 메시지, 인스타그램 사진, 검색어 리스트가 생성된다.

바다에 투하중인 마이크로소프트 테스트용 서버.(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바다에 투하중인 마이크로소프트 테스트용 서버.(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거대한 공장 크기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쉴 새 없이 냉방기를 가동한다. 전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데이터센터에 부담이 간다. 정전이 일어나면 ICT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먹통이 된다.

최근 ICT 기업의 전력 확보 노력에 생겨난 변화는 신재생에너지 활용이다. 애플은 2000년대 이후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기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선언했다. 2016년 기준으로 83%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충당했다. 새로 건설되는 애플 본사는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법을 고민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상당량이 냉각에 사용된다는 점에 착안해 2015년 바다 속에 서버를 두는 실험에 성공했다. 더 나아가 '수중 데이터센터'를 실현시켜 파력, 풍력, 해수온도차발전 같은 해양에너지로 전력을 충당할 계획이다.

구글도 재생에너지 도입에 적극적이다. 구글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독점공급계약'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량을 늘려가고 있다. 특정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10년 이상 일정한 기간 동안 공급받는 조건으로 건설비를 지원한다.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전환 계획 추진

우리나라도 전력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 노력하지만 세계 흐름에 비하면 더딘 편이다. 좁은 국토, 부족한 재생에너지 자원 등 우리나라의 자연조건이 재생에너지 활용에 불리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세계 수준의 반도체와 ICT 산업기반을 생각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력 사용량 증가에 대비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원전과 석탄화력 비중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곧 발표 예정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까지 확대하는 세부 방안 등을 담을 전망이다.

에너지공기업 역할에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는 에너지공기업이 석유와 가스 등 자원 수급과 전력 80% 가량을 담당한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통해 향후 13년 간 추진될 48.7GW 신규사업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24.1GW 사업을 공기업이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은 발전소 석탄회 처분장 등 발전소 안팎의 유휴부지와 계획입지 등을 활용해 ㎿단위에서 크게는 GW급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주민과 수익을 공유하는 사업개발을 통해 민원문제를 해결하고 영농형 태양광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한다.

지난해 미세먼지 대책 일환으로 정부가 10개 석탄화력 폐기를 계획한 것을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발굴을 위한 조직 정비도 마무리했다.

에너지공기업은 재생에너지 3020 발표와 함께 내년부터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에 착수한다. 지금의 속도로는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량을 채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력사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8차 전력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과 석탄화력 설비반영을 담지 않을 방침이다. 원전은 해체산업 육성으로, 석탄화력은 폐지되는 발전소만큼의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공동기획: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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