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OB(퇴직자)'로 시작해 '한국전력 OB'가 됐다. 조환익 한전 사장이 지난 8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에너지 솔루션 회사로서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이어가 달라”는 조언을 남기고 임직원의 축하 속에 퇴임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이 8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임직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이 8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임직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조 사장의 이임사는 한전과 함께 한 날 만큼이나 많은 여운을 남겼다. 직원의 갈채를 받으며 입장한 조 사장은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영상을 보면서 울컥했다며 이임사를 시작했다.

조 사장은 “과거 5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 어제 밤잠을 설쳤다”면서도 “(한전 사장으로서) 총 근무일이 1817일로 이종훈 전임 사장보다 약 한 달이 적어 최장수 CEO가 못됐다”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나갔다.

조 사장은 한전에서의 5년을 '기적의 시간'으로 표현했다. 2012년 12월 17일 취임해 2년간 생전 경험도 못한 시련의 시간을 지냈다. 밀양 송전탑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일어난 전원설비 갈등은 해법이 없어 보였다. 전력수급 상황도 최악이었다. 적자투성이 회사는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서울 삼성동 본사의 나주 이전이라는 숙제도 해결해야 했다.

조 사장은 “어느 것 하나도 쉬운 게 없었고 내가 왜 시련을 겪어야 하나, 내가 무엇 때문에 한전에 와서 모든 짐을 짊어져야 하는지 한 두번 생각한 게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 어려움을 이겨낸 힘은 다름 아닌 한전 임직원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노조위원장부터 앞장서서 노사가 함께 갈등의 현장에서 불침번을 섰다. 주민과 끝까지 소통했다. 전력 현장에서는 순환단전이 불가피 해 대국민 호소문까지 낸 다음날 발전소가 고장났다. 전 직원이 나서 지인들에게 피크시간 냉방기 사용 중지를 부탁했다.

조 사장은 공기업 직원이 숙명으로 안고가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마지막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삼성동 시대를 마감하고 빛가람 시대를 연 사장이 됐지만, 적자투성이 회사가 흑자전환하고 최대실적을 달성하자 공기업의 많은 흑자에 오히려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아직 갈 길이 멀고 한 걸음도 여유가 없다”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오로지 우리가 가진 나침반에 의지해 스스로 길을 찾고 타 업종과의 경쟁도 뚫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전이 가져가야 할 비전으로 에너지 서비스 회사로서의 '업(業)의 변화'와 해외시장 개척에 역량을 발휘해 주길 바랬다. 얼마 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희소식이 전해진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북방경제위원회에서 최대 핵심 의제가 된 한·중·일·러 간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 기대를 걸었다.

조 사장은 끝으로 “한전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생태계와 'KEPCO(한전) 키즈'를 양성하고 한전 공대와 기업 유치, 지역 혁신 등 사회적 책임에도 소홀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조 사장은 “모든 일이 시작은 새벽처럼 서서히 밝아오지만, 끝 날은 해 떨어지듯 갑작스럽게 오는 것 같다. 임기를 모두 마치지 않고 퇴임해 작별의 준비가 충분치 않았지만 고맙고 사랑한다”며 이임사를 마쳤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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