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는 새로운 CEO가 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다. (임기가 남았지만) 외부의 퇴임 압력은 전혀 없었다.”

한전 사장으로는 유래가 없는 5년 간의 최장수 CEO 기록을 남기고 8일 퇴임하는 조환익 사장이 퇴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권 차원의 압력은 없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7일 본지와 통화에서 “그동안 한전이 확실한 기반을 갖췄고, 한전 CEO로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하는 시점에 퇴임하겠다는 생각은 계속 갖고 있었다”며 “이제는 몸도 버티는데 한계가 있고, 후임 사장을 위해 연말 전에 물러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전력업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된 외부의 사임 압력은 없었고, 오히려 당면 과제를 마무리할 수 있는 배려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이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인 것은 영국 원전 수주 건이었다. 한전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자인 뉴젠의 일본 도시바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퇴임 계획을 밝힌 것도 이의 일환이다.

조 사장은 퇴임 보도자료에서 “후임에게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으나 영국 원전 수주라는 큰 사업을 앞두고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며 “영국 원전 수주가 가시화돼 기쁜 마음으로 퇴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2년 12월 취임한 조 사장은 사실상 '구원투수'로 기용됐다. 당시 조 사장에게는 △한전 적자구조 개선 △밀양 송전탑 해결 △본사 나주 이전 등의 숙제가 주어졌다. 당시 국가전력수급은 2011년 9.15 순환정전 이후 수비로 비상체계를 가동하는 등 최악 상황이었다.

조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추진했던 것은 전기요금 현실화였다. 당시 한전은 전력수급 부족으로 전력가격이 사상최고가를 찍는 상황에서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만성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취임과 동시에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나섰고 전기요금을 정상화시켰다.

그 결과 한전은 조 사장 취임 직후인 2013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3만원대에 머물렀던 주가를 6만원선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조 사장 취임 전 1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던 기업이 알짜로 탈바꿈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도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밀양 송전탑은 대규모 전원설비 건설과 관련한 대표적인 지역갈등 문제였다. 조 사장은 현장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시로 현장을 찾아가며 지역민들과 만나 대화하는 밀착소통으로 해결법을 도출했다.

본사 나주 이전도 성공적으로 평가받는다. 본사 이전과 동시에 밝혔던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 계획은 지금 280여개 기업이 투자 협약을 체결하며 계획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 12년만의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도 일반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성과다.

조 사장이 한국전력에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비전은 '업의 변화'다. 그는 재임기간 내내 조직원들에게 “전기만 팔아서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전력신산업, 4차 산업혁명형 에너지 사업 등을 강조하며 한전이 종합 에너지 서비스회사로 변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조 사장은 “그동안 2013년 전력수급 위기, 밀양 송전탑 건설, 전기요금 누진제 등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 본사 나주이전, 4차 산업혁명 기틀 마련 등 소임을 마치게 돼 직원들에게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후임 사장이 영국 원전사업을 비롯한 한전의 주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greendaily.co.kr,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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