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뒤늦게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력 수요 변화를 연구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지난 7월 공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할 전력 수요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순서가 뒤바뀐 전력 수요 전망을 내놨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연구 용역 일정마저 늦어져 최악의 경우 8차 수요 전망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본지 7월 27일자 1면 참조>

에너지자립섬 가사도.
에너지자립섬 가사도.

7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8차 전력수급계획 관련 장기 수요 전망에 4차 산업혁명 영향을 반영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용역은 8차 전력 장기 수요 전망이 7차 때보다 11.3GW 축소·전망되는 과정에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산업에 대한 전력 수요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시 장기 수요 전망에서는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따른 석탄화력 1기 분량의 전력 증가와 제조업 혁신 및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발전에 따른 효율성 증대로 전력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연구 용역 결과에 따라 8차 전력수급계획에 4차 산업혁명 영향을 반영해 수요 관리 목표를 재산정하고, 전원믹스 확정에 따른 발전량 믹스 결과 등을 보완할 계획이다.

에너지 업계는 이번 작업으로 줄어든 장기 수요 전망이 다시 늘어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 결과에 따라 탈원전·탈석탄 정책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과 달리 일정은 차질을 빚고 있다. 외부 연구 용역을 실시하기로 한 한전은 관련 연구를 기획하고 있지만 외부 용역업체 입찰은 다음 달 중순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 범주를 어디까지, 어떻게 반영할 지에 대한 가닥도 잡지 못했다.

정부는 일단 연내에 8차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력거래소는 4차 산업혁명 전력 수요 연구가 늦어질 경우 이를 8차 계획에 반영할 지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이 반영된다 하더라도 장기 수요 전망이 변경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지난 7월 초안이 발표될 당시 기획재정부의 중기 재정 전망에 따른 2.5% 경제성장률 전망을 근거로 한 수요 전망치는 재산정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별다른 조정이 필요 없다는 분위기다. 기재부의 중기 재정 전망 가운데 경제성장률 전망은 3.0%였다.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 데이터 처리를 위해 필요한 전력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상에 유통되는 정보는 물론 IoT 센서, 자율주행자동차 등 기존 제품들에 컴퓨팅과 네트워킹 기능이 도입되면서 이를 수집하고 선별해서 처리하는데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미래산업을 만들다'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가 발표한 미래 데이터 유통과 필요전력 시나리오.
'4차 산업혁명-미래산업을 만들다'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가 발표한 미래 데이터 유통과 필요전력 시나리오.

지난 4일 한국과 독일 공학한림원이 공동 주최한 '4차 산업혁명-미래산업을 만들다'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세계에 유통되는 데이터 양은 2020년 60제타바이트(ZB)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센터 수는 67만개, 소비전력량은 950테라와트시(TWh)에 달하고 전력 수급을 위해 지금보다 약 40기의 원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력 수급 부문에서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참고할 만한 기존 연구 결과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연구 용역 역시 시나리오 모델 가능성이 있어 결과가 나오더라도 해석에 따라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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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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