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구리, 아연, 니켈, 리튬, 코발트 등 원료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주식 시장에서 관련 업체 주식도 관심을 받고 있다. 구리를 이용해 전력 케이블을 생산하는 LS전선아시아의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10% 가까이 올랐다. 대한전선 주가는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에 힘입어 31일 현재 7.63% 상승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 뉴욕 코멕스에서 거래된 구리 선물의 9월 판매 분이 전날보다 3% 오른 파운드당 2.98달러를 기록, 2014년 11월 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1월 파운드당 2달러 아래에서 6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때와 비교하면 54%나 오른 수치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자원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자동차 열풍이 대단하다. 전기차에는 리튬이온전지(배터리)가 필수다. 리튬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핵심 원료로 쓰인다. 금속과 광물 전문 리서치회사 로스킬은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이 2025년까지 연간 1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2차전지 생산 세계 규모 업체다. 이들 기업은 상반기 실적 호조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리튬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등 글로벌 자원 개발 업계의 큰손이 리튬 확보 경쟁에 들어갔다.

세계 최대 리튬 매장 지역인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자원 부국인 서호주 지역의 그린부시 리튬 광산 등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세계 2위 리튬 공급업체인 칠레 키미카미네랄은 최근 서호주 홀랜드 리튬 광산 지분 50%를 확보했다. 중국 톈치그룹과 미국 앨버말이 합작해서 세운 탈리슨은 그린부시 광산에서 연간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리기 위해 플랜트 확장에 7억1700만호주달러(약 6431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세계적 광산 업체인 BHP, 글렌코어, 리오틴토 등은 리튬뿐만 아니라 코발트·니켈·구리 채굴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 2009년 8월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와 볼리비아 국영 기업 코미볼이 리튬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2011년 광물공사를 중심으로 포스코, LG상사, 유니온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리튬 추출 기술 개발은 2012년 초에 성공했다.

볼리비아 리튬은 상당량이 우유니 소금호수에 매장돼 있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50%(500만t)를 차지하는 리튬의 보고다.

당시 어느 나라도 호수 밑바닥에 침전된 리튬을 추출해 낼 기술이 없었다. 광물공사와 포스코는 염수를 화학 반응으로 분해, 1개월 내 리튬을 초고속으로 추출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은 후발 주자로 참여했지만 중국, 일본, 캐나다, 브라질, 프랑스 등을 제치고 가장 먼저 볼리비아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따냈다.

그러나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업이 계속되지 못했다. 볼리비아가 발을 빼면서 계약이 파기됐다. 볼리비아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과 리튬 배터리 조립공장 건설 계약을 맺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자원 개발을 추진해 온 업체들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자원 확보를 위해 뛰었지만 돌아온 것은 '문제 집단'이라는 낙인이었다. 자원 산업계가 이런 상처를 추스르고 사기를 회복하기까지는 아직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이 해외 자원 개발에 본격 뛰어든 기간은 불과 20년도 채 안 된다. 지금 벌어지는 자원 전쟁에 나서기 위해서는 자원 산업계에 대한 국민의 따스한 시선과 성원, 정부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

강천구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kkgg1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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