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을 추진하는 대만이 지난 15일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었다.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면서 전체 가구의 절반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했다.

대만은 지난해 탈원전 선언 뒤 잦은 정전과 폭염으로 원전 재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탈원전 정책을 발표한 우리 정부에도 시사점이 크다.

대만 정부는 15일 저녁 대규모 정전 사태로 약 700만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전체 가구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1999년 대지진 이후 가장 심각한 정전으로 기록됐다. 이날 사태로 대만 경제부 장관은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정전은 기술과 인적 실수로 대만 국영 석유공사의 가스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대만 북부 타오위엔으로 가스공급이 중단되면서 대만전력공사가 운영하는 총 400㎿ 규모 가스발전소 6기가 멈췄다.

대만의 대규모 정전은 올 들어 전력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예고됐다. 대만 전력예비율은 지난해 차이잉원 총통 당선 이후 탈원전 정책과 함께 급격히 떨어졌다. 올 여름 전력부족에 멈췄던 원전 2기를 재가동했지만, 전력예비율이 1%대를 기록하는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다. 정전의 표면적 이유는 가스공급 이상에 따른 발전소 정지였지만 배경에는 부족한 예비율이 있었다.

대만 내 원전 건설 재개 목소리는 점점 커질 전망이다. 최근 대만은 태풍으로 인한 전원설비 고장과 폭염이 겹치면서 원전 운전 재개와 제4원전 건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제4원전인 '룽먼'은 1999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공사 중단과 재개, 폐쇄가 거듭됐다. 존폐 여부가 국민투표에 맡겨졌다.

대만은 현재 1, 2, 3원전 각 2기씩 6기의 원전을 보유했다. 이 중 1기만 가동하다 최근 여름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2기를 재가동했다.

차이 총통은 2025년 원전 제로를 목표로 탈원전 정책을 펼쳤다. 차이 총통은 정전 사태에도 "정부의 정책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사고가 우리의 결심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정부는 정전 사태를 계기로 국가 전원체계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한 번의 착오로 가스발전소가 정지해 대규모 정전사태로까지 이어진 원인을 빠른 시일 내에 파악할 계획이다.

한국 원자력계는 대만 정전사태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봤다. 대만은 좁은 국토와 자원부족, 제조업 기반 등 에너지 수급 여건이 우리와 유사하다.

정전 관련해선 대만 정부가 전력예비율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대안 없이 무리하게 원전을 멈춘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 해석이다.

원자력 관계자는 "대만 정전 사태는 자원부족국가가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줄일 때 발생할 문제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자원 의존도가 높을수록 다양한 전원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 기자 jenie@greendaily.co.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