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기름'이라는 오명을 가졌던 SK에너지 주유소 기름 값이 착해질 전망이다. SK에너지가 직영대리점(대형 도매상) 역할을 수행하던 SK네트웍스 업무를 인수하면서 다른 정유사와 같은 유통구조를 형성했다. 적어도 유통마진을 더 붙여야 하는 상황은 해소됐다.

13일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SK에너지의 폴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다른 정유사보다 ℓ당 최소 12원에서 최대 30원까지 높았다. 이 기간 정유사 휘발유 세전 공급가격이 ℓ당 500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SK에너지 폴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에는 원가의 2~6% 정도의 유통마진이 더 붙은 셈이다.

석유유통업계는 각 정유사에서 대리점으로 출고되는 휘발유 가격은 대동소이 하다고 전한다. 각 대리점 경영환경과 계약조건, 거래물량 등에 따른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어도, 경쟁구도이기 때문에 정유사 공급단계에서 SK 휘발유가 타사 휘발유보다 훨씬 비쌀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유통물량이 큰 대리점 입장에서는 ℓ당 1원만 차이나더라도 이익이 수억 단위로 벌어지기 때문에 공급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SK에너지 폴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던 배경은 땅 값이 비싼 서울 주요 상권에 위치한 주유소가 상대적으로 많고, 다른 정유사보다 한 단계 더 거치는 유통단계에서 찾을 수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은 SK에너지가 SK네트웍스에 휘발유를 공급한 뒤 다시 SK에너지 일반 주유소에 공급하는 이중 유통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SK에너지 유통구조에서는 도매상에 해당하는 직영대리점 역할을 별도 법인인 SK네트웍스가 수행했다. 다른 정유사는 오래전부터 직영대리점을 흡수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SK에너지도 지난주 그룹 내 사업조정을 통해 SK네트웍스로부터 국내 석유유통사업을 인수했다. 앞서 다른 정유사가 갖춘 직영대리점 운영구조를 뒤늦게 따라갔다. 정유사-대리점-주유소로 이뤄지는 유통구조 자체가 바뀌진 않지만 적어도 직영대리점이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면서 발생하는 추가 유통마진 폭은 줄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석유유통업계는 이번 인수가 소비자에게 기름값 인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영대리점이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면서 최대한 많은 유통마진을 확보하려 했던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에너지로 직영대리점 조직이 흡수되면서 유통마진을 회사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SK에너지는 사업인수로 생기는 유통마진 폭을 이익으로 흡수하거나, 공급가 인하로 반영할 수 있다.

SK에너지가 밝힌 인수효과인 '마케팅 효율화를 통한 이익'이 소비자 판매가격 인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SK에너지가 가격을 인하하면 업계 전체로 가격경쟁 확산이 예상된다.

석유유통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가 다른 정유사와 동등한 유통구조를 구축함에 따라 SK에너지에 비해 저렴한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는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 등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가격경쟁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유통구조 효율화를 통해 SK에너지 석유제품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하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며 "다만 최종 소비자 가격은 주유소에서 책정하는 부분이라 가격 인하를 미리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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