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진 '알뜰주유소' 석유유통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 석유유통업계가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며 줄곧 철회를 요구한 사안이다.

12일 한국석유유통협회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로부터 위원회 업무 종료 후 새롭게 출범할 예정인 '적폐청산위원회(가칭)'에서 알뜰주유소 정책 철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석유유통협회 등 업계가 '정부의 알뜰주유소 문제점 및 개선방안' 건의문을 국정기획위에 전달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석유유통업계는 건의문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으로 촉발된 정부의 주유소 시장 개입 철회를 요청했다.

당시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특정 알뜰주유소에 시설개선지원과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민간 시장에 진입했다. 기름값 인하 효과는 미미하고 과열 경쟁을 촉발했다. 업계는 시장 생태계만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석유정보사이트 오피넷 자료를 바탕으로 2013년 기준 자영 알뜰주유소와 자가 상표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을 비교한 결과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ℓ당 20원 낮은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8원까지 떨어졌다.

석유유통협회는 정부가 알뜰주유소 판매가격을 낮추기 위해 세제·자금·시설 등을 직접 지원하면서 경쟁력이 약한 골목상권 주유소의 휴·폐업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알뜰주유소가 본격 등장한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총 1301개 주유소가 폐업했다. 한 개 주유소당 평균 고용 인력이 8명인 점을 감안하면 5년 간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의 민간 시장 개입 문제도 제기했다.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석유공사가 현격히 낮은 수익률을 책정해 석유 공급 가격에 반영, 시장 결정 가격 붕괴를 유발하고 있다는 조세재정연구원 자료를 언급했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주유소 위탁 운영 계약 연장 권한을 남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행위 제소를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양진형 석유유통협회 상무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급조된 알뜰주유소 정책은 과거정권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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