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경유값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유업계는 불편한 모습이다.

16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는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인 경유차 퇴출을 위해 자동차연료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 세금 비중에서 경유 비중을 높여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저항을 통해 소비자의 경유차 선택을 줄여보겠다는 포석이다.

정유업계는 경유세 인상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세먼지 정책 초점이 경유세 인상이 아니라 노후차 대책 수립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2005년 이전 유로3(EU 디젤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으로 제작된 노후 경유차를 폐차해야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유로5 기준 경유차는 환경성이 대폭 개선돼 미세먼지와 거리가 멀다.

정책 실효성을 떠나 정유업계가 경유값 인상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정유사가 생산하는 휘발유·경유·등유 등 석유제품 가운데 단일품목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이 경유다. 많게는 경유가 휘발유 매출액의 3배에 달하는 정유사도 있다.

지난해 SK에너지는 휘발유를 팔아 3조8657억원, 경유로 8조84억원 매출을 올렸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6%, 34%를 기록해 경유가 휘발유의 두 배를 넘는다. GS칼텍스 역시 휘발유 2조8020억원(11%), 경유 6조835억원(24%) 매출을 기록해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도 휘발유 2조1549억원(19%), 경유 3조9933억원(35%) 매출로 경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휘발유의 두 배였다. 에쓰오일은 휘발유보다 경유의 매출 비중이 훨씬 높다. 지난해 휘발유는 1조5517억원(9.5%) 매출을 올렸는데 경유로는 4조5209억원(28%) 매출을 기록해 휘발유와 경유 비중 차이가 3배에 육박했다.

경유값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 정유사 입장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 줄어드는 경유 수요가 휘발유로 넘어가면 괜찮지만 LPG나 전기자동차 등으로 흡수되는 것은 정유사에 최악의 시나리오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특정 제품만 생산할 수 없다는 점도 정유사에게 경유 내수판매가 중요한 이유다. 석유화학산업 호황기에 원료인 납사 생산을 늘리면 경유 등 부산물이 함께 생산된다.

정유사는 최근 10년 사이 고도화설비 비중을 경쟁적으로 늘려 경유 생산능력을 확충했다. 경유 생산능력이 내수 소비량의 3배를 넘어선 상황에서 경유값 인상으로 내수소비가 위축되면 이미 70%에 달하는 수출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

수출 비중이 커질수록 정유사 수익은 줄어든다. 수출용이나 내수용이나 정유사의 석유제품 생산원가는 동일하다. 판매 가격 역시 별 차이가 없다. 수출에는 물류비와 통관 등 부대비용이 추가된다. 내수 판매보다 수출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경유가 생산되고 생산량도 많기 때문에 일정 규모는 내수시장에서 소비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석유제품 수출 시 부대비용이 추가돼 마진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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