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소규모 전력을 모아 시장에서 거래하는 소규모 전력중개 사업이 시범사업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끼리 관련 규정이 충돌하면서 발목을 잡혔다. 사업 참여 기업들은 한국전력거래소와 양해각서(MOU)만 교환해 놓은 채 애를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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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11월 시작됐어야 할 소규모 전력중계 시범사업이 사업자만 모집해 놓은 채 두달째 멈춰서 있다. 법률적 근거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관련 법 개정 작업이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어 시범사업 지연 장기화까지 우려되고 있다.

소규모 전력중개 사업은 민간 기업이 소형 신재생에너지 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을 모아 전력도매시장에서 거래하는 모델이다. 출근 후 비어있는 고객 집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유휴 전력을 모아 하나의 전력 자원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에너지신산업 분야에 진출을 노리던 민간 쪽에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소규모 전력 중계 사업을 주목했다. 이번 시범사업에도 KT,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이든스토리, 벽산파워, 탑솔라 6개 기업이 전력거래소와 MOU를 교환하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기존 발전사업자의 소규모 시장 참여와 함께 수요관리 사업자, 통신사업자의 발전시장 진출 의미도 가졌다.

문제는 관련 법안인 정부발의 전기사업법 개정안(2016년 6월 발의)이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안 개정안(2016년 7월 발의)과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정부발의 개정안은 중계사업과 함께 전기차충전·소규모 전기 공급사업 허용 등 내용을 담았다. 소규모 전기공급 사업은 고객이 전력거래소나 한전을 거치지 않고 다른 고객에게 직접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프로슈머(생산자+소비자) 허용 규모를 1㎿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에 이훈 의원 발의 개정안은 전기 소매 판매 부문은 한전이 독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력 판매 부문 개방과 독점 논리가 상충되면서 개정안 간 병합 심사가 필요해졌다. 에너지신산업활성화에 따라 프로슈머 사업 등 일부 발전·판매 겸업 사례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한전 이외 사업자의 전기 소매시장 참여 확대로까지 이어지기에는 법적으로 이 충돌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업계는 이번 법안 심사에서 민간기업의 에너지 시장 참여 문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시장 민간참여 확대를 밝혀온 만큼 정책 신뢰성과 연속성에서도 소규모 전력중계·전기 공급 사업이 가능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신산업 대부분이 전력 공기업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고, 민간은 신재생발전 분야 일부만 참여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전력) 중계사업과 같은 서비스 분야에도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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