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디젤, 대기오염 원흉일까...대안은?

지난해 발생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시작으로 자동차 연료 디젤(경유)이 '클린 디젤'에서 '더티 디젤'로 전락했다. 최근 환경부가 닛산 디젤차 '캐시카이'도 배출가스를 조작했다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디젤차는 유로5·6 등 높은 환경 기준을 충족시키는 클린 디젤 엔진을 내세워 친환경차로 각광을 받았지만 이제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디젤엔진은 미세먼지의 주원인인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지만 휘발유 엔진과 비교해 더 적은 연료로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연료를 완전 연소시키지 못하면 유해 물질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적용된다. 이에 반해 또 다른 환경오염 물질인 이산화탄소(CO₂)의 배출량은 휘발유 엔진보다 적다는 강점이 있다. 정리해 보면 미세먼지에 비중을 높게 두면 디젤차가 문제지만 온실가스 관점으로 보면 디젤차가 유리하다. 복잡한 셈법이 깔려 있는 디젤 사태의 원인과 대안이 뭔지 들여다봤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린 디젤차…사실은?
디젤 사태가 커지면서 디젤차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디젤차 미세먼지 배출 비중은 높지 않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결과(2012년)'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 배출 비중은 '제조업 연소'가 65%로 가장 높다. 디젤, 휘발유,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이 포함되는 '도로 이동 오염원(자동차)'은 11%다. 초미세먼지(PM2.5) 역시 제조업 연소(52%)가 가장 많다. 도로 이동 오염원은 16%다. 2003∼2012년 10년 동안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봐도 제조업 연소는 5배가량 늘어난 반면에 도로 이동 오염원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대부분이 비산먼지(공사장 등에서 일정 배출구를 통하지 않고 대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먼지)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자동차 재비산먼지와 타이어 마모 분진, 사업장이나 공정상 대기로 배출되는 먼지 등이다. 수도권 대기관리권역 미세먼지 71.6%, 초미세먼지 32.3%가 비산먼지에서 왔다. 수도권대기환경청이 발표한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타이어 마모에 의해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디젤 엔진 배출가스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20배나 많았다.

이에 따라서 디젤 사태가 불거진 이유는 디젤차 미세먼지 배출 때문이라기보다 눈속임으로 배출가스를 조작한 자동차업체의 양심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클린 디젤을 실현하려면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를 조작하지 않고 선택형환원촉매장치(SCR)나 희박질소촉매장치(LNT)까지 부착해야 하지만 비용 문제로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 부품 수가 3배나 많아 이미 가격이 비싼 데다 여기서 가격차가 더 벌어지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이 부각되면서 마녀사냥처럼 디젤차가 모든 문제의 근원처럼 비춰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도 있고, 공장이나 도로에서 발생하는 타이어와 비산먼지도 많기 때문에 디젤차를 비난하기에 앞서 실제로 도심지나 지역별로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젤차 구매 부추긴 정부
정부는 그동안 디젤차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왔다. 질소산화물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휘발유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디젤차 수요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했다.
현재 디젤 가격은 휘발유 가격의 약 80% 수준이다. 원인은 디젤 세금이 휘발유보다 훨씬 싼 데 있다. 주행세 등 각종 세금이 부과되는 정도를 살펴보면 휘발유는 리터(ℓ)당 870원 정도 세금이 붙지만 디젤은 631원이다.

유로5·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는 디젤차에는 환경개선부담금도 일시 유보시켜서 비용 부담을 줄여 줬다. 이런 정부 정책과 휘발유차보다 싼 차량 연료비, 고연비 등 장점 때문에 소비자 구매도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전체 판매량은 183만3786대였다. 이 가운데 디젤차는 52.5%(96만2127대)를 차지했다. 승용차에서 디젤 모델(44.7%)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휘발유 모델(44.5%)을 넘어섰다. 2010년만 해도 휘발유 승용차 비중이 68.1%로 디젤(18.5%)을 월등히 앞섰다.

하지만 지난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1분기 신규 등록 차량 39만1916대 가운데 휘발유와 디젤 비중은 각각 46.8%, 43.7%를 기록했다. 디젤차 점유율이 하락하고 휘발유차 비중이 다시 상승했다. 지난해 디젤차 비중이 68.8%에 이르던 수입차 역시 1분기에 68.5%로 소폭 하락했다. 4월 월간 기준으로는 63.5%까지 떨어졌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서로 다른 기준이지만 국가 차원으로 이에 대한 목표가 혼재된 것이 문제"라면서 "국제사회에 공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디젤차가 유리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디젤차를 규제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LPG로 모두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라는 두 가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자동차연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LPG가 대안이 될 수 있다. LPG는 저탄소 가스체 에너지로, 불순물이 적고 완전 연소가 쉬워서 유해 배기가스와 이산화탄소 배출 면에서 타 연료와 비교해 우수하다. 동일 대표 차종 비교 시 유해 배출가스와 이산화탄소 단위당 배출량에서 LPG차가 휘발유차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산화탄소는 약 17%, 배출가스는 27~94% 각각 낮다.

지난해 환경부가 발표한 배출가스 등급에서는 LPG차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연료별 배출가스 평균 등급이 LPG 1.86, 휘발유 2.51, 디젤 2.77 순이었다. 배출가스 등급은 대기오염물질 지수와 이산화탄소 지수를 합산한 값을 등급 산정 기준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한 것이다.

환경부 디젤택시-LPG택시 배출가스 시험 결과 LPG택시가 유로6 디젤택시에 비해 환경성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유로6 디젤차 환경성은 기존보다 개선됐지만 LPG 차량이 질소산화물 88~96%를 적게 배출했다. 실도로 운행시험 결과 유로6 디젤차는 인증 기준보다 약 2배 초과 배출한 반면에 LPG차는 같은 조건에서 질소산화물을 적게 배출했다.

이에 따라서 LPG차가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국제 LPG가격은 휘발유 대비 약 69%, 디젤 대비 82% 수준이기 때문에 다소 저렴한 LPG를 수입하고 휘발유·디젤을 수출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 이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자동차업체가 세계적으로 앞선 LPG차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도 LPG차를 대안으로 삼기에 좋은 조건이다. 디젤차는 연료분사, 후처리장치 같은 핵심 부품과 제어기술을 해외 업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반면에 LPG차는 100% 우리 기술로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에 세계 최초로 3세대 LPG 액상분사(LPI) 엔진을 상용화했으며, 4세대 LPG 직접분사(LPDI) 엔진 상용화도 눈앞에 두고 있다. 4세대 엔진은 기존 대비 연비 10% 향상, 이산화탄소 배출량 10% 저감이 기대된다.

다만 LPG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에너지 세제 문제와 장애인 및 택시사업자로만 한정시킨 LPG 사용 제한을 풀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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