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전기차 사고가 급발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운전자와 달리 해당 완성차 업체는 사고 원인을 운전자 과실로 규정했다. 운전자가 이에 반발하고 있어 공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르노삼성 전기차 SM3 Z.E.>

13일 르노삼성차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제주에서 발생한 3건의 르노삼성 전기차(모델명:SM3 Z.E.) 사고 모두 급발진이 아닌 운전자 과실로 결론났다. 르노삼성은 사고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과학적진단장비(CLIP)를 통한 정보와 현장 분석 결과를 근거로 이같이 밝혔다.

사고는 지난해 제주에서 12월3일(도남동)·18일(삼도1동)과 올해 2월 10일(해안동) 세차례 발생했다. 도남동 사고는 제주 동부경찰서 조사 결과, 운전자 과실로 판명돼 종결됐다.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은 사실이 확인됐으며 운전자도 본인 과실을 인정했다.

반면, 삼도1동·해안동 사고는 운전자와 전기차 제조사간 원인 규명 공방이 한창이다.

지난달 10일 해안동에서 정모(50·여)씨가 모는 전기차 사고가 발생했다. 정씨는 "경사로 도로를 올라가던 중 과속방지턱 부근에서 속도를 줄이려고 브레이크 페달 밟았는데 차가 뒤로 후진해 승마장으로 진입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차가 주행상태(D)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르노삼성 측은 CLIP 운행기록 데이터 분석 결과, 차량은 24㎞/h 속도로 약 35m 후진했으며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 압력은 '제로(0)'로 기록됐다. 급발진이 아닌 기어조작 실수라는 설명이다.

전문가 의견도 유사하다. 분석전문가 최영석 법안전융합연구소 대표는 "사고 영상을 보면 급발진이 아닌 운전자가 후진기어를 놓고 발을 뗐기 때문에 차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도1동 전기차 사고 현장 모습. 당시 운전자는 차량이 돌진해 세탁소 벽면을 들이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세탁소 앞 계단 노면에는 타이어 마찰 흔적이 없다.(사진제공 : 르노삼성)>

지난해 12월 제주 삼도1동에서 발생한 사고는 전기차가 세탁소 벽면을 들이받는 사고였다. 운전자 문 모(66)씨는 "차를 세우려던 찰나에 차가 굉음을 내며 인근 세탁소로 돌진, 벽면을 들이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고 차량 운전자가 언급한 '굉음'은 전기차에선 나지 않는다. 타이어 마찰에 의한 소음이 유발될 수도 있지만, 급발진 상황에서 흔히 발생하는 타이어 마찰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르노삼성은 이 자료를 토대로 외부 기관에 최종 검증을 의뢰한 뒤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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