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만한 작은 반도체 칩이 파괴된 지구 환경을 살리는 '작은 거인' 역할을 한다. 컴퓨터, 모바일 기기는 물론 자동차, 조명을 조절해 소비 전력을 낮추게 된다. 개별적인 감소량은 몇 볼트에 불과하지만 전체로 묶으면 발전소 발전량과 맞먹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등 끄기 운동 등과 같은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없이도 '그린 반도체'를 적용하기만 하면 장기적으로 발전소 건설을 줄일 수 있다.

그린 반도체가 직접적인 소비 전력 저감 효과를 나타낸다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첨단 미세공정 적용을 통해 저전력 제품으로 개발된다. 저전력 반도체는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CO₂)가 적게 발생한다.

반도체 산업계의 환경 운동은 제품 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체적인 환경 오염 저감 노력도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각종 화학 제품이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독성이 강한 물질이 배출돼 대표적인 환경 파괴 산업으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환경 보호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오염 물질을 줄여 클린 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반도체 "소비 전력 잡아라"= 그린 반도체는 아날로그반도체 범주에 포함된다. 아날로그반도체란 빛과 소리, 압력, 전기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전환하고 관리하는 반도체를 뜻한다. 비메모리반도체 중 시스템반도체의 한 주류다. 전력관리나 제어 반도체, 조명 구동용 반도체, 신재생 에너지 전력 변화 반도체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에너지 분야에 반도체 기술을 융합한 그린반도체는 스마트그리드나 감성조명 등에 사용돼 전력 에너지 절감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예를 들어 디지털TV에 전력관리칩을 채택할 경우, 소비전력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또, 모터제어를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전환하면 소비전력을 40%를 절감할 수 있다. 조명에 사용되는 안정기를 아날로그반도체로 교체하면 전력 소비를 25% 낮출 수 있다.

그린반도체는 시장성도 밝다. PC나 모바일 등 단말기 제품 시황에 따라 변동 폭이 많은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적용 분야도 다양하고 수요층도 넓다.

◇정부·업계 '국산화' 박차= 국내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집중돼온 탓에 아직까지 그린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은 외국 기업들이 쥐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관련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글로벌 기업과 기술 격차는 아직까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시작되면서 우리 정부 주도로 그린반도체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모터구동 반도체와 조명용 LED 구동 반도체 등 그린반도체를 개발해 2015년까지 아날로그 팹리스 매출을 10억달러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전기기나 자동차용 모터를 구동하는 칩인 'BLDC(Blushless Direct Current)' 전기모터 구동 반도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 기술은 인피니언과 르네사스 등 외국 시스템반도체 전문업체 기업들이 앞서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2014년까지 총 167억5000만원을 투입해, 해외 기업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2개의 반도체가 내장된 파워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정부 지원 개발 기술은 단일 반도체로 구성된 파워 모듈로 한단계 진일보된 것이다.

LED 구동 반도체 등 그린반도체 3종도 개발된다. 전압변화기가 없이 60볼트 이상 고전압으로 직접 구동하는 LED 구동 반도체를 비롯해 DVD급 오디오 반도체와 전력 콘트롤 IC 등이 포함된다.

전문 인력 육성도 추진된다. 연구개발을 통해 반도체 설계 능력을 갖춘 프로젝트 리더급 고급인력을 2015년까지 1000명 양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학의 아날로그 인력을 활용,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프로젝트 전 과정을 이끌 수 있는 고급 인력을 양성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에너지와 반도체 등 이종산업간 공동연구를 통한 융합형 고급 설계인력도 육성하고 해외 유명 팹리스에서 인턴을 통해 글로벌 인재도 키워나갈 방침이다.

◇D램 미세공정 확대로 '저전력' 실현=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대표기업들은 메모리 미세공정 확대로 CO₂ 발생량을 줄인 '그린 메모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노 단위의 미세공정 확대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환경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세계 첫 40나노급 2Gb D램 양산에 돌입한 이후 제품군과 솔루션을 확대하고 있다. 40나노급 공정 기반으로 엔터프라이즈 서버용 D램, 30나노급 엔터프라이즈 서버용 D램과 SSD, 모바일용 D램, 그래픽용 D램 등 4개 제품군을 확보했다. 지난 해부터는 20나노급 낸드플래시 제품 양산에 돌입하며 저전력 메모리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40나노 2Gb D램 양산 이후 1년만인 지난해 7월 30나노급 양산까지 이어졌다. 30나노급 D램은 1GB당 시간당 소비전력이 0.29W에 불과한 초절전 설계 제품이다. DDR2 D램보다 속도는 3.5배 가량 빠르고 40나노급 D램보다 생산성을 60%까지 높였다.

이 기술을 활용, 지난 3월에는 30나노급 4Gb LPDDR2 모바일 D램을 양산했으며 그 다음달에는 30나노급 4Gb D램을 양산했다.

하이닉스도 미세공정 확대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40나노급 제품에 비해 대기전력 17%, 구동전력 11% 감소하고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는 30나노급 2Gb DDR3를 개발했다. 1.25V에서 동작하는 초저전력 제품인 '울트라 로우 볼테지 DDR3 D램'도 내놨다. 기존 제품에 비해 전력소비를 10% 절감해 데이터 센터와 같은 대규모 서버환경에서 발생하는 CO₂를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이닉스의 모바일 D램인 30나노급 4Gb LPDDR2는 1.2V인 저전력 동작을 지원, 기존 제품에 비해 전력소비를 줄였다. 4Gb 대용량으로 시스템에 사용하는 칩 개수를 줄일 수 있다. 40나노급 공정이 적용된 그래픽D램인 2Gb GDDR5는 1.35V 동작전압에 28Gb/s로 처리 속도를 높인 저전력 친환경 제품이다.

◇그린IT 시스템과 친환경 경영=반도체 생산은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과불화탄소(PFCs)'와 '액화천연가스(LNG)', 전력, 스팀 등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온실가스 등이 많이 배출된다. 이로 인해 환경 파괴를 일으킨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반도체 업계는 수년 전부터 기업 녹색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온실가스 저감활동과 협력사와의 공동 그린 활동을 통한 환경 보호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친환경 제품 개발을 포함해 원부자재 구매 시에는 유해물질이 없는 친환경 원부자재 구매에 나서고 있다. 제조 단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처리 시설 도입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CO₂ 약 620만톤을 줄였다. 생산량 당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62%, 생산량 당 물 사용량 65%를 감축했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환경부로부터 친환경기업으로 지정됐으며 협력사를 포함한 전 임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전사업장에 'OHSAS18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아 운영 중이다.

신규로 도입되는 모든 생산설비 및 화학물질에 대해서 공정에 적용되기 전 잠재 위험성 및 유해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글로벌 IT기업과 손을 잡고 녹색경영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삼성 반도체 CIO 포럼'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13일 독일 뮌헨에서 CIO포럼을 해외에서 처음으로 개최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개최한 '삼성전자 반도체 CIO 포럼'을 글로벌로 확대한 첫 번째 국제 행사다. 삼성전자는 국제 CIO 포럼을 연내에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등 세계 8개 국제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개최 녹생경영 전파에 나설 예정이다.

하이닉스는 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외부 환경전문 단체인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환경경영검증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로부터 2009년부터 2년 연속 최상위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최우수 그룹인 탄소경영 글로벌 리더스 클럽에 편입되기도 했다.

하이닉스는 전사적으로 지난 2008년부터 온실가스 저감활동에 나서고 있다. 국내 사업장에 인벤토리를 구축해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 통계 및 온실가스 배출 추이를 점검하고 탄소저감능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우시 사업장까지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해 온실가스 관리를 강화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에코디자인 전담팀(TFT)'를 구축해 자원사용과 에너지효율성, 유해물질, 재활용 분야 체크리스트 작성부터 가이드라인, 평가기법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 유해물질 규제에 대응 가능한 제품을 양산하고 추가 규제물질에 대해서도 사용 현황 파악과 대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과불화탄소 저감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간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 비중을 2008년 대비 20%까지 줄였다. 과불화탄소 저감 방안별로 워킹 그룹을 운영, 그룹별로 저감장치 설치, 대체가스 전환, 공정 최적화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 2009년 50나노급 1Gb DDR3 D램 제품 기준으로 602g 탄소성적을 인증받았다. '탄소성적표지'는 제품의 제조와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CO₂ 배출량으로 환산, 친환경성을 인증하는 것이다. 올해도 환경부로부터 40나노급 2Gb DDR3 D램과 30나노급 32Gb 낸드플래시 제품의 탄소성적표지인증을 획득했다.

이밖에 폐수처리장의 폐열을 이용해 반도체 공정 온도를 유지, 기존 스팀 발생으로 배출되는 CO₂를 절감하고 있다. 스팀 절감량은 연간 30억원 규모이며 CO₂ 절감은 연간 1만1000톤에 달한다.

서동규기자 dkseo@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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